書狀 序

누가 와서 소금은 어떠한 것인가 물을 때에 싱겁지 않은 것이다 하면 遮詮이 될 것이다. 또 소금은 짠 것이다 하면 表詮이 될 것이다. 또 소금은 짜다 싱겁다 하지 않고 바로 소금을 쥐어 그의 입에 넣어준다면 他人의 말을 기다릴게 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八萬藏經이 遮詮과 表詮이라면 宗師의 徑截門 話頭는 直接 먹여 보인 것이라 하여도 過言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華嚴의 十玄ㆍ六相道理가 가장 圓妙하지마는 또한 死句라 하는 것은 理路와 義路에 見聞ㆍ 解行 等 思議가 붙을 수 있는 까닭이어니와 麻三斤ㆍ乾屎궐ㆍ庭前栢樹子 等 千七百公案을 活句라 함은 理解와 論議가 붙을 수 없는 때문인 것이다. 活句 아래에 알게되면 佛祖의 스승이 될 수 있고 死句 아래에 알게 되면 제몸 구원도 넉넉치 못한다는 말씀도 이것을 意味한 것일 것이다.

이제 大慧禪師는 曹溪(六祖) 直下 正脈으로 相傳하는 第十七代 本分宗師다.
古今 祖師들이 看話法을 指示함에 있어서 누구나 다 이 大慧를 宗하지 않음이 없거니와 特히 麗朝에 普照國師는 壇經으로 스승을 삼고 書狀으로 벗을 삼았다는 말씀이 있는 同時에 看話決疑論까지 著述하여 後學에게 보였다.

이 書狀을 보이신바 十種病을 가리게된 것은 話頭에 病이 있는 것이 아니요, 다만 學者가 그릇 穿鑿을 내기 때문에 그 根性의 差別을 따라 갖가지 病이 붙게 되는 것이다 오직 無字話보는 데에 十種病을 말씀했거니와 眞無之無와 有無之無의 二種病을 除外한다면 그 나머지 八種病은 어느 話頭 보는데든지 다 붙게 된 것이다.

이 話頭를 보는데 있어서는 百千方便과 億萬說話가 하나도 쓸데 없거든 하물며 번역이며 註釋이랴! 그러나 文句가 難澁하고 宗旨가 深奧하여 初學者로써 魚ㆍ魯를 분변치 못하고 菽ㆍ麥을 가리지 못하는 弊習이 없지 않은 故로 大綱의 文脈을 紹계할 따름이니 만일 明眼人이 본다면 一場의 打罵를 免치 못할 것이다.

丙辰(1976) 正月
五臺山人 呑虛 金宅成 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