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福南 女史 墓表

盡鳶之性者는 可以冲於天矣요 盡魚之性者는 可以泳於川矣요 盡人之性者는 可以知化育矣라 盈虛消息은 皆命也오 纖巨內外는 皆性也오 隱微寂感은 皆心也니 存心養性은 順夫命而已矣니라 孺人의 姓은 丁氏요 名은 福南이요 號는 阿英이니 丁茶山之後裔요 丁渭文之長女也라 檀紀四千二百八年乙亥十一月十三日申時에 生于羅州하야 至四千二百七十六年五月十三日에 卒於密陽하니 享年이 六十九歲也라 年十九而來歸於朴公學年之門하야 立於無何之地하야 內助夫君而致産數百石하며 養育七男妹하야 畢之以高德敎育하며 代媤娣之債務하야 償還以萬兩之錢하며 創立密陽朴氏宗親會하야 圖謀萬年之敦睦하며 不翅此也라 旁通東洋醫學하야 療治貧乏病苦者하며 尤精於理數之易學하야 運籌帷幄之中하니 嗚呼라 貧而無諂도 尙爲難이어든 况其樂道者乎며 富而無驕도 尙爲難이어든 况其好禮者乎며 積而能散도 尙爲難이어든 况其能忘者乎아 若孺人者는 可謂盡人之性而順夫天命者也라 三女之中에 惟艸堂者居其第三而其素養之德之學이 頗有超妣之作이라 繼述其志하야 不墮家聲而請余爲銘커늘 余曰誌墓는 非古也라 然이나 必其賢者也니 可也라 非其人而銘之면 君子不與也오 銘之而非其實이면 君子不爲也니라 上來云云은 盖杜摭實이니 枝葉華藻는 無所務焉이로다

丙辰(1976) 淸明節
五臺山人 呑虛 金宅成 撰 幷書

정 복남 여사의 묘표

솔개의 성품을 다하면 하늘에 솟아오를 수 있고 물고기의 성품을 다하면 시냇물에서 수영할 수 있고 사람의 성품을 다하면 천지의 화육(化育)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득 차고 비워지고 줄어지고 불어남은 모두 천명(天命)이며 작거나 크거나 안과 밖이 모두 천성(天性)이요, 은밀함과 미묘함과 고요함과 감동함이 모두 마음이다. 마음을 보전하고 성품을 함양함이 천명(天命)을 순응할 뿐이다.

부인의 성은 정씨(丁氏)요, 이름은 복남이요, 호는 아영(阿英)이니 정다산(丁茶山)의 후예요 정위문(丁謂文)의 장녀이다. 단기 4208년(1875) 을해 11월 13일 신시에 나주에서 태어나 4276년(1943) 5월 13일 밀양에서 서거하니 향년이 69세이다,

열 아홉의 나이에 박학년(朴學年)의 가문에 출가하여 변변치 않은 처지에서 출발하여 부군을 내조하여 가산 수백 석을 이루고 七남매를 고등교육까지 교육 시키고, 시가의 채무를 대신하여 만 냥의 거금을 상환하며 밀양 박씨의 종친회를 창립하여 만년의 돈목(敦睦)을 도모하였다. 그 뿐 아니라 동양 의학에 까지 통달하여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치료해 주기도 하며, 이수(理數)의 역학에 더욱 밝아서 가정에서 운수(運壽ː수로써 吉凶을 판단함)하였다.

아 가난한 가운데 아첨하지 않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그 도를 즐기고, 부자로서 교만하지 않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그 예(禮)를 좋아하고, 재물을 모아서 베푸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베풀고서 잊는 것이야 말할 수 없다.

부인과 같은 이야말로 사람으로써의 성품을 다하고 천명(天命)을 순응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세 딸 중에서 박 초당(朴艸堂)은 셋째 딸로서 그 소양의 덕과 학문이 그 어머니보다 뛰어났다. 모친의 뜻을 계승하여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비문을 철하기에 나는 말하기를 “묘소에 비명을 쓴 것은 옛 적에에 있었든 것은 아니다. 반드시 그 어진이라야 쓸 수 있다.. 그러한 사람이 아닌데 비문을 쓰면 군자로서 할 수 없고 비문을 쓰되 그 사실이 아니면 군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고 하였다.

위에서 말한 것들은 대략 그 사실만을 적은 것이며 지엽적인 문장은 힘쓴 바 없다.

병진(1976) 청명일
오대산인 탄허 김택성 짓고 아울러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