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藏寺 法堂 重創碑 記

佛者覺也常覺故謂之覺王亦爲萬法之主故謂之法王夫法王之爲體也至虛至明動靜之源莫二至靈至妙緣計之念非殊或見紛馳窮之則唯一寂靈源不狀鑒之則以千差死生亦大矣而不得與之變雖天地覆墜亦將不與之遺流出於方寸之間縱橫於日用之際者也古之聖人抱此法王之道或鳴於西域或鳴於東震聲振天下以覺古今之大夢也淸虛所謂一法中儒之植根道之培根釋之拔根者是也今三藏寺者本是竹藏寺之改稱也雖無文獻之可徵而若依平日所聞之單片與所記之散屑則新羅梵日國師刱寺于官舍之基因以竹藏名之盖取其世尊坐竹林精舍說三藏之敎法也現今竹西樓位在寺之西隅故亦因以得名者也多經海岳相遷屢見風雲變態則悠悠住事屈指指亦酸矣檀紀四千二百五十八年乙丑天恩寺住持會曇師發廣大願以三和靈隱新興寺等四個寺聯合新建布敎堂於官舍之後麓現稱三藏寺者是也而附設育英機關以竹欌幼稚園與竹藏學院及女子學院等種種名稱布敎揚化四旬餘星霜于變稱者也越在癸卯在德上人赴任於此覩幼稚園之幾倒與垣墻之全無募緣鳩財重修之新築之又在己酉赴此任與信徒會長鄭水燮婦人會長金相奉等諸氏發起法堂改築工事募緣於金振晩徐明澤等各界諸有志許經之營之至翌年冬而落之總工事費三百三十萬餘圓也宜其諸上士之德海與僉檀那之善根如恒河沙不可量也而能原始要終勤成辨者現布師在德上人也住此揚化者以禪定爲之骨以看經爲之肉以戒律爲之皮以行智具足爲之眼目爲之手足則一堂之內嚴然做一個法王之體也夫如是則佛恩施恩一時報畢者非也耶囑余爲記余不敢以不文而牢讓故敍其顚末如右云爾雖然其法王者何物而作何相耶良以云數條綠水巖前去 一片白雲山外飛 咄應化 2997年(1970) 庚戌 小春 十五日五臺山人 呑虛 金宅成  撰.

삼장사 법당 중창비 기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분이다. 항상 깨달음을 얻었기에 각왕(覺王)이라 말하며 또한 만법(萬法)의 임금이 되므로 법왕(法王)이라고 말한다.

대저 법왕의 본체는 지극히 비고 지극히 밝아서 움직임과 고요함의 근원이 둘이 없고, 지극히 신령하고 지극히 묘(妙)하여 분별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

미혹한 소견이 어지럽게 달리고 있으나 추궁해 보면 오직 하나의 고요함뿐이고, 신령한 근원이 모양은 없으나 비추어 보면 천 가지의 차별이 생긴다. 죽고 사는 것이 또한 큰 일이지만 그와 더불어 변하지 않고, 하늘이 떨어지고 땅이 무너진다 해도 또한 그와 더불어 사라지지 않나니, 마음에서 흘러나와 일상생활에 늘 나타나는 것이다.

옛 성인들은 이러한 법왕의 도를 때로는 인도에서 울리고 때로는 중국에서 울렸으니 그 소리가 천하에 울려 퍼져 고금의 사람들을 깊은 꿈속에서 깨어나게 하였다. 청허(淸虛) 대사가 말한 “하나의 법에서 유교는 뿌리를 심고 도교는 뿌리를 북돋우며 불교는 뿌리를 뽑는다” 함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삼장사는 죽장사(竹藏寺)를 바꿔 부른 이름이다. 비록 문헌으로 고증할 수는 없으나 평소에 들었던 단편적인 이야기와 이런저런 기록에 의하면, 신라의 범일국사가 관사터에 사찰을 세우고 절 이름을 죽장사라 하였다고 하니 이는 세존께서 죽림정사에 계시면서 삼장의 가르침을 설한 뜻을 취한 것이다.

현재의 죽서루(竹西樓)가 절의 서쪽에 있는 것도 역시 이로 인하여 그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이다.

여러 차례 상전벽해(桑田碧海)와 풍운(風雲)의 변화를 겪었으니 그 동안 덧없이 지나간 일들을 손꼽아 보면 손가락이 시릴 지경이다.

단기 4258년(1925) 을축년에 천은사 주지 회담(會曇)스님이 큰 원을 세워 삼화사ㆍ영은사ㆍ신흥사와 함께 네 사찰이 연합하여 관사의 뒷 기슭에 포교당을 창건하니 현재의 삼장사가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 육영기관을 설치하였으니 죽장유치원, 죽장학원, 여자학원 등 갖가지 명칭은 포교한 지 40여 성상을 지나면서 변해 온 이름들이다.

그 후, 계묘년에 재덕(在德)스님이 이 곳으로 부임하였는데, 유치원이 거의 무너질 지경이고 주위에 담장이 없는 것을 보고서 화주하여 중수, 신축하였다. 또 기유년에 그 곳의 신도회장 정영섭(鄭永燮), 부인회장 김상봉(金相奉) 등이 모두 법당 개축을 건의하였다. 김진만(金振晩) 서명택(徐明澤) 등 각계의 유지에게 화주하여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겨울에 낙성을 보게 되었으며, 공사비는 총 3백 3십여 만 원이 소요되었다. 스님들의 공덕과 여러 신도들의 선근(善根)이 항하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다. 그리나 처음부터 끝까지 힘써 그 일을 이루게 한 이는 현재의 포교사 재덕스님이다.

이곳에 머물면서 포교를 하되 선정(禪定)으로써 뼈를 삼고, 경전(經典)으로써 살을 삼고, 계율로써 피부를 삼고, 수행과 지혜를 구족하는 것으로써 눈과 손과 발을 삼는다면 하나의 법당 안에서 의젓한 법왕의 몸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와 같이 한다면 부처님의 은혜와 시주들의 은혜를 일시에 다 갚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 글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기에 내가 글을 못한다고 굳이 사양할 수 없어서 그 사실을 위와 같이 적어둔다.

그러나 그 법왕은 어떤 물건이고 또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을까?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게송을 한 구절 읊었다.

몇 가닥 푸른 강물이 바위 앞에 흐르는데
한 조각 흰 구름 산 너머로 날아가네. 애끼!

응화 2997년(1970) 경술 소춘 (10월 15일)  탄허 김택성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