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28│ 옛날 사제 간의 의리에 관한 예를 들어 주십시오.

━━ 허미수許眉수 선생은 이조 때 대표적인 선비였다. 선생께서 생활이 궁핍하여 저녁을 굶는다는 말을 듣고 제자 한 사람이 쌀 한 말과 붓 한 자루를 보내왔다. 그러나 허미수 선생은 붓은 받고 쌀은 돌려보내며 이렇게 편지를 썼다.

눈이 한 길이나 쌓였는데 나를 방문한 것은 고마우나 들고 온 물건은 무엇이냐.

모필은 내가 필요하니 고맙게 받겠네만 쌀은 내가 받을 것이 못 되도다.

받을 것은 여기에 두고 아닌 것은 되돌려 보내노라.

짧은 문장이지만 참으로 명문이다. 수많은 글을 써도 이렇듯 곡진하고 미묘한 문장을 어느 누가 쓸 수 있겠는가.

옛날의 도학군자 가풍에는 글을 가르치고 돈 받는 일이 없었다. 그러기에 군사부일체라고 했다. 스승이 굶어도 돈은 받지 않았다. 그러기에 사제 간의 의리가 두터운 것이다. 당시의 허미수 선생은 몹시 빈한해서 끼니를 거르고 살았다. 그런데도 제자의 쌀은 받지 않았으니 얼마나 고매한 스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