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31│ 제오륜第五倫이란 분이 공정하셨다는데 어떠했습니까?

━━ 제오륜第五倫은 한나라 때 정승이었다. 이 분은 세상에서 공정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어떤 사람이 제오륜에게 와서 칭찬을 했다. 그러자 제오륜은 말했다.

“아니다, 잘못 알고 있다. 왜 내가 공정하단 말인가.”

스스로 공정하지 못하다 하니 참으로 공정하지 않는가.

제오륜이 과거시험장에서 시관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사람이 천리마를 한 마리 기증하면서 잘 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당시에는 호통을 치면서 거절했다. 그러나 매년 과거시에는 그 사람에 대한 고마운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그러니 어찌 내가 공정할 수 있느냐.”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나는 조카자식이 아파 누워 있을 때는 십여 차례나 일어나 가서 문병을 했다[十起之憂]. 이것은 형제간의 체면과 의리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러나 내 집에 돌아오면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자식이 아파 있을 때는 한 번도 가보지는 않으나 밤이 새도록 잠을 이룰 수 없다[……終夜不昧之憂]. 이렇게 조카자식과 내 자식을 생각하는 차이가 있는데 어찌 내가 공정하다 할 수 있느냐.”

제오륜의 공정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