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지옥의 유치원 법문이 생긴 까닭은
동양학의 3교인 유불선의 성인이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고 인품을 과시하기 위해서? 아니다. 그 이유는 사람의 마음속에 본래부터 내재해 있는 우주의 근원이요, 시공이 끊어진 자리를 알려 주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진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천당 지옥의 유치원 법문’이 생기게 된 것이다. 현실 삶에서 천당과 지옥과 같은 인과법칙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3교 성인三敎聖人이 인류에게 가르친 교리는 결코 이것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오직 사람으로 하여금 진리를 깨달아 이 세계가 있는 그대로 극락임을 알려 주러 온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성인의 가르침이 어떤 특정 종교를 믿으라거나 천당지옥을 믿으라는 것이겠는가. 아니다. 오직 자기 자신이 그 모든 것의 주체임을 확연히 알라는 것이다. 만약 자기 자신의 주체를 부정한다면 뿌리 없는 나무와 같은 것임을 알려 주려 한 것이다.
성인들이 다양한 법문과 방편을 써서 아무리 자기 주체성의 회복을 일깨워 주어도 범부들에게 현실이란 쉽게 무시할 수는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직장 문제, 이웃과의 관계, 노후 대책 등의 무수한 현안들이 무거운 짐처럼 놓여 있으니 말이다.
물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삶의 고통은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물질을 제일주의로 삼고 정신을 그 다음으로 삼는 데서 시작된다. 반대로 정신을 제일주의로 삼고 물질을 그 다음으로 삼아 정신과 물질의 조화를 이룰 때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물질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권력자나 부자들은 아무런 고통도 없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고통을 호소하고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은 정신적인 양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미경이 아니면 세균을 볼 수 없고 망원경이 아니면 원거리를 볼 수 없듯, 인간의 어리석음은 성인의 경전을 통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경전을 통해 자기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그것을 근간으로 삼아 생활해야 한다.
고해에 빠져 허덕이는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상중하의 그물을 쳐 놓은 것이 불교의 교리다. 상근대지중생上根大智衆生을 낚으려면 고래를 잡는 것과 같은 그물을, 중근기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대구나 명태를 잡는 것과 같은 그물을, 하근기를 위해서는 멸치나 새우를 잡는 것 같은 그물을 쳐서 한 중생도 남김없이 다 제도濟度하려는 것이 부처님의 원력이다.
상근기는 문자에 의지하지 않고 바로 참선을 통해 도道에 들어가고, 중근기는 교리적 문자에 의지하여 일심삼관一心三觀 삼관일심三觀一心의 도리인 관법觀法으로 도에 들어가며, 하근기는 참선이나 교리 대신 ‘관세음보살’, ‘석가모니불‘ 등의 명호名號를 외거나 기독교의 주기도문과 같은 주력呪力으로 도에 들어간다.
따라서 굳이 전문 수행인이 되어 입산수도를 해야만 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근기에 따라 어느 문호門戶에서든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선택하여 수시수처隨時隧處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밤새도록 가는 길에 해가 뜰 때가 올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도에 들어가는 문이 상중하의 차별이 있다 하더라도 들어가고 보면 한 자리요, 한 바탕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옛 성인의 말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발심發心은 선후가 있을지라도 도道를 깨닫는 데는 앞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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