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만리 부인에게 술로써 계戒를 삼으라고 하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 부처님께서 막아 놓은 것으로는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을 정도로 막아 놓았고, 터놓은 것으로는 우주를 포용할 만큼 터놓았다.

부처님은 평소 ‘술’에 관한 계율을 말씀하실 때 술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5백 생 무수보(팔 없는 과보)를 받는다고 할 만큼 경계를 하셨는데 어찌된 일인지 만리 부인에게만은 예외를 적용하셨다.

만리 부인은 남편인 왕에게 10년간 독주를 빚어서 마시게 했다. 하루는 만리 부인이 부처님을 찾아와서 물었다.

“부처님, 저의 죄를 어찌해야 합니까?”

만약 여기서 부처님께서 “그대의 죄는 영원히 씻을 수 없다”라고 했다면 이것은 부처님 법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오히려 만리 부인에게 “그대는 술로써 계戒를 삼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대가 천 년간 술을 빚어서 남편에게 주었다고 해도 그것은 허물이 아니라 오히려 복이 되리라” 하고 말씀하셨다.

이 뜻은 부처님이 경經과 권權을 말씀하신 것으로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는 그에 맞게 계율을 적용하신 좋은 예다. 왜냐하면 만리 부인의 남편은 맑은 정신으로 있으면 자주 사람을 죽이는 데 반해 술에 취해 있으면 사람을 죽이지 않기 때문에 술을 빚어서 시봉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신 것이다.

이것은 살인을 막기 위한 것이니 술이 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시켜도 된다는 말도 된다. 이렇게 불법에는 개차(開遮; 열고 막음)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