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6│ 방 거사와 부설 거사의 가족 모두 깨달았습니까?

━━ 그렇다. 방 거사의 가족은 부인을 비롯해서 아들과 딸 모두 4명이다. 선비 출신으로 집도 부자였다. 그런데 마조 스님 문하에서 득도를 하고 보니 재산이 필요가 없었다. 그 당시 십만 금이면 엄청난 돈인데 그것을 친구에게 주었다.

“이 많은 돈을 무슨 이유로 나에게 주는가?”

“내가 도를 얻고 보니 돈과 재산이 필요가 없어서 그러하네.”

“자네에게 필요 없는 돈이 난들 필요하겠는가?”

이렇게 친구마저 돈을 거절한 것을 보면 방 거사가 살던 시절에는 아마도 도인의 세상이었나 보다. 방 거사는 친구에게 거절당하자 거액의 돈을 강에다 던져 버렸다. 그 후 부인과 아들도 득도를 하게 되자 그들에게 어디든지 가서 자유롭게 살라고 떠나보냈다. 다만 딸은 과년하여 방 거사가 데리고 있었다. 방 거사가 하루는 세상을 떠나려고 마음먹고는 딸에게 부탁하기를 “해가 정오에 오면 떠날 터이니 시간을 알려 달라”고 했다. 이윽고 태양이 정오에 오자, 딸이 “아버지, 하늘에 이상한 기운이 보입니다.” 하고는 아버지를 속였다. 이 말에 방 거사가 밖으로 나오자 그 틈을 타서 딸이 재빠르게 방 거사 자리에 앉아서 먼저 입적해 버렸다. 이 얼마나 대단한 힘인가? 공부의 힘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비로소 큰소리칠 만하지 않겠는가?

방 거사는 딸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칭찬하기를 “우리 딸의 칼날이 나보다 빠르구나!” 하며 흐뭇해하였다. 방 거사는 딸이 떠난 뒤 일주일을 더 살고 세상을 떠났다. 방 거사의 부인은 광주리 장사를 하다가 딸의 입적 소식을 듣게 되었다. 부인 역시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몸을 떠나 버렸다. 아들은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모를 심다가 가족의 입적 소식을 듣고 모심는 채로 그 자리에서 떠나 버렸다.

이 네 가족의 공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 진심으로 탄복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부설 거사가 이와 같았다. 부설 거사는 내소사 월명암에서 수도를 했다. 경상도 사람으로 원래는 출가한 스님이었는데, 친구로는 오대산 영의․영조 두 스님이 있었다. 부설 거사의 부인은 처녀시절 열아홉 살까지 말을 못 하는 벙어리였다. 어느 날 부설 스님의 일행이 벙어리 처녀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날 밤 처녀의 부모님이 세 분의 스님에게 법문을 청해 듣게 되는데 옆에서 법문을 듣고 있던 열아홉 살의 벙어리 처녀가 갑자기 입이 열리고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말문이 열리자 딸이 부모에게 간청하기를 부설 스님에게 시집을 보내 주지 않으면 죽어 버리겠다고 졸랐다. 부모는 딸이 말문이 열린 것은 좋지만 어떻게 스님에게 시집을 갈 수 있느냐며 몹시 걱정하였다. 그러나 이튿날 부모는 하는 수 없이 떠나는 부설 거사를 붙들고 차마 꺼내기 힘든 말을 했다.

“저희 딸이 19년 동안 벙어리로 있다가 스님의 법문을 듣고서 말문이 열렸는데, 이제 부설 스님께 꼭 시집을 보내 달라고 하니 어찌하면 좋습니까?”

부모는 몸둘 바를 몰라 하며 송구스러워 했다. 자기에게 시집을 못 갈 바엔 딸이 죽겠다는 말에 부설 거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청을 받아들였다.

“나 때문에 죽는다니, 어찌 인명을 죽게 할 수가 있겠는가?”

이 소식을 듣게 된 영의와 영조 스님은 부설 거사를 조롱하면서 오대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들이 10년 수행을 마친 어느 날 부설 거사를 제도하기 위해서 그의 집을 찾았다. 부설 거사는 부인과 사이에서 남매를 두고 살고 있었는데, 그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앉아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부설 거사가 그들을 만나자 “도반들은 공부를 잘하였는데, 나는 속가에 떨어져 이렇게 산다네.” 하였다. 세 사람은 그동안 서로가 쌓은 공부의 힘을 한 번 겨뤄 보자 하였다. 물병을 세 개 달아 놓고 깨뜨리기로 했는데, 먼저 영의와 영조 스님이 병을 깨니 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다음에 부설 거사가 병을 깨는데 병만 깨지고 물은 그대로 있었다.

이것은 바로 육체는 떠나도 도는 그대로 있음을 보여 준 큰 힘이 아니겠는가. 부설 거사는 정신의 상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부설 거사의 공부에 탄복한 영의와 영조 스님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부설 거사에게 예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