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2│ 조주 스님이 제자와 호떡내기를 하였다는 말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 조주 스님이 제자와 앉아서 열劣한 것(강한 것의 반대)을 가지고 호떡내기를 했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열한 것을 화제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조주 스님이 먼저 ‘말[馬]’이라 했다. 스승이 말이라 하니 제자가 ‘말안장(타는 것)’이라 했다. 말안장이 말보다 약해서 제자가 이겼다. 약한 것이 이기기로 했으니 승勝하면 지는 것이다.

조주 스님이 곧 ‘말똥’이라고 했다. 안장보다 똥이 더 약하니 스승이 이겼다. 그러자 제자가 ‘똥벌레’라 했다. 똥보다 벌레가 더욱 낮고 더러운 것 같아 이렇게 대답했는데, 조주 스님께서 갑자기 말씀하셨다.

“이놈, 호떡을 가져오너라.”

제자가 물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러자 조주 스님이 대답했다.

“똥을 파먹는 것이 벌레이니, 벌레가 똥보다 더 승한 놈 아니냐.”

제자는 벌레가 약한 줄 알았지만 결국 그 벌레가 똥을 먹으니 더 강한 놈이 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주 스님이 이겨 제자에게 호떡을 얻어먹은 것이다.

여기서 《전등록》에 조사들이 많이 농현을 했는데, 진각 국사眞覺國師가 《염송拈頌》 30권을 편찬하다가 그 대목에서 한마디 부연을 하셨다.

“만사가 한걸음 물러서서 쉬는 것만 못 하고 백 년 동안 뜬 환幻이 꿈 가운데 거품이라.”

조주 스님께서 호떡을 먹으려고 내기를 한 것이 아니라 제자로 하여금 열처劣處에서 중요한 것을 구하게 함이다. 조주 스님께서는 공부하는 이들이 못난 곳에서 구하게 하기 위해 이것을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