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3│ 함허 스님 당시 유교가 성했는데 왜 출가를 했습니까?

━━ 당시 혜월 스님께서 《논어》를 읽다가(당시에는 유교를 모르면 행세를 못 했기에 스님들이 유교 서적을 탐구했음) ‘널리 베풀고 대중을 제도하는 것은 요․순임금도 다 못했다’는 구절에서 정자가 주를 내기를 ‘어진 사람은 천지만물로써 한 몸을 삼는다(仁者 天地萬物爲一己; 어진 사람은 천하 만물을 자기 몸으로 알고 위한다)’는 말에 이르러서 책을 덮어 놓고서 함허 스님(당시는 유교의 대선배)께 물었다.

“맹자는 어진 사람입니까?”

함허 스님이 그렇다고 하자 다시 물었다.

“그러면 닭과 돼지는 만물 중에 하나로 들어갑니까?”

“그럼, 들고말고.”

“그렇다면 개와 지렁이도 만물인데, 인자仁者는 천지만물로 한 몸을 삼는다고 했으니 이치에 맞는 말입니다만 맹자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짐승을 잡아먹을 수 있다고 했으니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 질문 앞에서는 함허 스님 같은 박식군자도 말문이 막혀서 대답을 못했다. 이에 함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며칠 생각해 보고 대답을 하겠노라.”

그런 다음 육경六經을 다시 한 번 주석까지 탐독하였다. 그러나 살생이 이치에 합당하다는 말은 없었다. 《예기》에 산 풀도 밟지 않고 산 벌레도 죽이지 않는다고 했고, 나무도 자라는 것은 꺾지 않는다고 했다.

《주역》에는 예전에 총명하고 예지한 성인이 싱그럽고 호반스럽지만 살생을 하지 않았다고 나와 있지, 살생을 합리화한 것은 없었다. 이런 까닭에 함허 스님은 혜월 스님에게 대답을 할 수가 없어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삼각산 승가사에서 어떤 노사들의 대화 중에 불교에서는 십중대계十重大戒가 있는데, 첫째가 불살생이라 했다는 말을 듣고 함허 스님은 홀연히 눈이 열려 알아듣고는 출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출가시를 지었다.

내가 본래 경과 사기에서 정자 주자가 불교 훼방하는 말을 듣고서,

부도(석가모니)의 옳고 그른 것을 알지 못해서

반복해 잠잠히 생각한 지 해가 이미 오래더니

비로소 진실한 것을 알아서 귀의한다.

이렇게 시를 짓고는 입산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