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8│ 한문은 상형문자라고 하는데, 죄자罪字는 왜 넉 사자四字 밑에 아닐 비자非字를 썼습니까? 그리고 4가지는 무엇입니까?

━━ ‘4구四句를 여의고 백비百非를 끊는다’는 뜻으로 그렇게 썼다.

이때 4구란 유有, 무無, 비유비무非有非無, 역유역무亦有亦無다. 즉 있다, 없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있기도 하고 또한 없기도 하다는 뜻이다.

세상의 어떤 종교나 철학이든지 이 4구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다. 그러기에 불교에서는 이것을 철저히 타파해야 한다. 이 4구가 번뇌 망상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4비四非란 무엇이냐? 넉 사자四字 밑에 아닐 비자非字를 쓴 것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4가지가 붙으면 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허물 죄자罪字로 4비四非를 만든 것이다. 세상의 죄罪는 법률적으로는 행동에 국한되지만 종교나 철학에서는 다르다. 진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4비四非, 즉 4가지 그른 것이 다 죄다. 불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유구有句는 증익방增益謗, 즉 부처님 법을 증익하는 비방이다. 본래 부처님 법은 있는 것이 아닌데 있다고 하니 더욱 보태어지는 것이다.

무구無句는 손감방損減謗, 즉 진리는 아주 없는 것이 아니고, 진리는 무형이지만 있기 때문에 없다 했을 때는 덜어서 감하는 비방이 된다.

비유비무非有非無는 희론방戲論謗, 즉 장난짓거리 비방이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지 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인가.

역유역무亦有亦無는 상위방相違謗, 서로 어긋나는 비방이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지 또한 있기도 하고 또한 없기도 하다.

이것을 4방四謗이라 한다. 4가지 비방이다. 그러므로 이 4구四句를 여의고 백비百非를 끊는다. 수백 수천 가지 그른 것이 4구四句에서 벌어져 나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