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운명, 지도자의 심성에 달려 있다

세계 인구를 심성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극선질형極善質形 인간 10퍼센트, 극악질형極惡質形 인간 10퍼센트, 보통 사람형 80퍼센트로 나눌 수 있다. 왕도 정치의 표본이요, 태평성세를 이루었다는 요순시대에도 모든 백성이 선질은 아니었으며, 극악무도했던 걸주시대라 해도 결코 모든 사람이 악질은 아니었다. 단지 당시 최고 통치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정치가 달라졌을 뿐 인간 심성의 비율은 변하지 않았다.

성인이 최고의 통치자일 때는 10퍼센트의 극선질 인재를 등용했기 때문에 10퍼센트의 극악질들은 머리를 들지 못했다. 그런데 최고의 지도자가 소인일 때는 그에 따라 10퍼센트의 극악질형 관리가 등용되어, 10퍼센트의 극선질은 모두 암혈(岩穴; 바위틈의 조그만 거처)에 숨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80퍼센트의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어느 시대가 되었든 대중은 대세를 따를 뿐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을 상근기上根機, 중근기中根機, 하근기下根機로 분류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원칙에서 볼 때 과연 하근기는 영원히 중근기가 될 수 없고, 중근기는 상근기가 될 수 없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부처님은 중생을 상근기, 중근기, 하근기로 나누었으며, 인연 없는 중생은 부처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상근기의 삶이란 대인군자大仁君子, 즉 우주와 자신을 함께 잊고[物我兩忘] 예로써 사는 성인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니, 이들에게는 별다른 지도가 필요하지 않다. 중근기의 인간은 물아양망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세속 법규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게 사는 사람을 말하고, 하근기의 인간은 예도 법도 모르고 오직 정에만 이끌려 사는 ‘천치’ 같은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근기와 하근기를 지도하는 지도자가 성인이냐 소인이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위민덕화爲民德化의 정치를 편다면 자연스럽게 중근기, 하근기의 국민 모두가 바른 인간이 될 것이다.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근기의 인간이 될 수 있다. 3대 성인이 성취한 과덕果德이 바로 우리 마음속의 시공이 끊어진 자리로서 그들이 타파한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 이전의 자리로서 그 실체는 범부이든 성인이든 누구나 다 똑같이 내재된 것으로 성인들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더 나아가 불교는 도의 자리를 사람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일체의 모든 존재들의 마음자리도 동일하게 본다. 그리고 불교는 일체 모든 것에는 불성이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불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는 대체로 인간을 중심에 놓는 편이다. 유교 역시 사람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기독교에는 삼혼설三魂說이 있는데 일체의 식물은 생혼生魂, 즉 낳는 혼밖에 없고, 동물이라도 하등동물들은 생혼生魂, 각혼覺魂, 즉 낳는 혼과 지각知覺하는 혼魂 두 가지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오직 고등동물인 사람만이 생혼生魂, 각혼覺魂, 영혼靈魂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철저하게 사람 중심 사상이다.

물론 불교에서 일체 중생이 마음자리가 같다고 해서 6천만 모두를 성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도자에게는 목표가 없을 수 없다. 적어도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국민에게 “이것을 믿으라”고 하는 확고하고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세우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교 사상에는 지도자에 대한 지침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든다면 《대학大學》의 삼강령三綱領 팔조목(八條目;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중에 치지致知의 지知 자가 근본인데, 이때 지知 자는 망상을 가지고 아는 것이 아니라 망상이 일어나기 전 본래 아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물의 본체가 ‘젖을 습濕’자 라면 마음의 본체는 ‘알 지知’자다. 물이 맑고 흐림의 다름은 있을지라도 젖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과 같이 성인과 범부가 지智, 우愚는 다를지라도 마음의 본체인 지知는 하나다. 이것을 덕이니 도니 진리니 하늘이니 부처니 각覺이니 하는 온갖 대명사로 표현할 뿐이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이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면 충효니 도의니 하고 떠들지 않아도 저절로 충신, 효자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도의 정신도 더불어 고양되고 높아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大學》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살펴보자.

“요순은 어진 정치로 백성을 따르게 했으며, 걸주는 폭정으로 백성을 따르게 했다. 이는 임금이 백성에게 명령하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요순이 어진 정치를 베풀 때 그를 좇았다면 걸주가 사나운 정치를 베풀 때 백성이 좇지 않아야 할 것인데 그대로 따른 것은 지도자로서 백성에게 명령하는 것과 지도자 자신이 좋아하는 바가 서로 배치되지 않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요순이 성인聖人으로 어진 행동을 하면서 백성에게는 어질지 못한 행동을 하라고 해도 백성이 따르지 않을 것이요, 반대로 걸주 자신은 어질지 못한 행동을 하면서 백성에게 어진 행동을 강요한다고 하더라도 백성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정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성인이 다스리는 정치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만약 10퍼센트의 선질이 중심이 되어 정치를 펴게 되면 10퍼센트의 악질은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80퍼센트의 백성은 평안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지면 백성은 도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중국 하夏나라 임금 걸桀과 은殷나라 임금 주紂는 힘은 대단했으나 지혜가 말라서 누구든지 감히 간諫을 하지 못했다.

모든 발전은 인화人和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좋은 국운을 번영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지도자의 역량과 그릇이 인화로 이끄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