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숭상한 조상의 덕이 후세에 미치리라
내게 다음과 같이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한 나라 정치와는 달리 국제 정치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약소국의 운명이 좌우되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인류의 장래도 어떤 면에서는 핵강대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낙관과 비관을 예측할 수 없는 시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요?”
돌이켜보면 세계사는 강대국의 지배사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우주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만일 강폭한 원자탄, 수소탄만으로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면 우주의 원리는 부정될 것이다. 우리가 금세기를 살아오면서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모두 독일이 일으켰다. 만일 이 강폭한 세력이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미 세계는 독일의 것이 되었겠지만, 독일은 두 번 다 전쟁에서 패배했다. 역사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우주 개벽 이래로 원시시대의 전쟁은 맨주먹으로 하는 싸움이었다. 그 후 시대가 발전하면서 나무로 창을 만들었다. 그런데 주먹이 나무를 이기지 못한다. 이 원리가 목극토木克土 원리다. 이는 주먹〔土〕 열 개가 나무창〔木〕 하나를 당하지 못하는 원리다.
그 다음에는 쇠로 창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역시 나무창 열 개가 쇠창 하나를 당하지 못했다. 이 또한 금극목金克木의 원리다.
그 다음에는 불총을 만들어 쇠창을 이기는 화극금火克金의 원리다. 삼국시대에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빌려 적벽대전에서 대승리를 거둔 것도 불의 전쟁이었으며, 오늘날 원자탄도 역시 불을 사용한 것이다. 물극칙반(物極則反; 물이 절정에 도달하면 다시 내려옴)으로 불의 사용은 원자탄으로 종결을 지은 것이다.
그 후 원자탄보다 더 무서운 수소탄이 나온 것은 수극화水克火 원리다. 그러면 수소탄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맨주먹이다. 맨주먹은 무슨 뜻일까? 바로 도덕군자를 말한다. 도덕군자 앞에는 총칼도 수소탄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서양에서는 독일을 사례로 들었지만, 동양에서는 일본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문화를 전달해 주었지만, 두 나라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일본은 지난 5백 년 동안 무려 49차례나 우리나라를 침략했다. 그 침략 근성의 결과는 태평양전쟁으로 가장 쓰라린 참패를 맛보아야만 했다.
반면 우리 선조들은 다른 민족에게 늘 침략을 당하고만 살았지 남을 해칠 줄 몰랐다. 동양의 전통적 가치관을 그대로 지키면서 살아온 것이다. 현대의 관점에서는 ‘바보 천치’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이 우리나라의 장래를 밝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5천여 년의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다른 민족을 침략하거나 정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우리나라는 수난의 역사를 살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남북이 분단된 현실을 볼 때 우리 민족에게는 아직도 넘어야 할 큰 시련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 겪고 있는 현실 문제나 국가 간 갈등이 소장성쇠消長盛衰의 법칙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수난기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육신에서 제일 강한 것은 뼈다. 그런데 그 강한 치아는 60, 70년이 못되어 의치를 해야 하는데 비해 제일 부드러운 혀는 우리와 백년을 함께한다. 과연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세상만사는 새옹지마 같아서 성盛과 쇠衰는 서로 떨어지려고 해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로 맞붙어 다닌다. 그러므로 역경逆境 앞에서 서러워할 것도 없고 순경順境을 만난다고 해서 좋아할 것도 없다. 또한 모든 싹이 영멸永滅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이요, 발전하는 과정이요, 진화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황皇․제帝․왕王․패ÂM․이적夷狄․금수禽獸 6단계 시대에서 볼 때도 금수운禽獸運이 지나고 나면 다시 처음의 황운皇運이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렇게 자연의 법칙은 순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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