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가올 미래, 종교의 교파를 넘다

청소년 범죄의 범람, 매스컴에 비친 패륜과 불륜 등의 온갖 사회악을 접할 때마다, 종교가 지향하는 참된 신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불가佛家의 경우만 해도 모든 복잡한 사회 문제의 해답이 불교 속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휴가 때 사용할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른 끔찍한 청소년 강도나 공포의 전율을 느끼게 한 토막살인 사건 등은 불가의 유치원 과정의 신심信心만 가졌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회 범죄다. ‘5계십선五戒十善을 닦고 일생에 공덕을 쌓아 극락에 간다’는 지극히 초보적인 신앙만으로도 이 같은 엄청난 인간 탈선을 막기에 충분하다.

모든 생물의 살생을 금하는 불가 유치원생의 5계 신앙만 닦아도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깨칠 수 있다. 이와 같은 외경심이 범행의 순간을 차단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세상이 거칠고 험악해진 것은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박애, 유교의 인仁 등과 같은 종교 덕목들이 현실에서 실천되지 못한 까닭이다. 그리하여 청소년들의 탈선은 날로 흉포화하고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라 화랑의 5계를 연마시키는 화랑의 집이 있고, 충무수련원이 일선학교 교육에 연계되어 있으면서도 학생들의 탈선이 많아진 것은 오늘의 도덕 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치닫고 있는 산업화에 따른 인간의 기계화와 노예화, 물질문명의 풍요 추구에 역점을 두는 가치전도의 인생관 등에서 생명 경시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학교 교육만으로 도덕의 덕목을 펼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종교적 차원의 신앙심을 사회 전반에 심어 주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서 오늘의 종교는 내세의 영혼 구원이나 수도를 통한 자기만족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회교화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종교가 대체로 지향하는 신앙은 자신의 수도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지만, 현대사회처럼 종교 윤리가 절실한 때도 일찍이 없었다.

요즈음 세태를 어수선하게 하는 정국의 경색이나 치도治道의 기강 문제도 종교적 신앙 차원의 수도가 결핍된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주관·인생관의 핵심이 되어야 할 우주 생성 이전의 본래 자리를 보지 않고 떠들어대는 문화나 정치는 위선이고, 썩은 것일 수밖에 없다.

도가 생활화될 때 인간세계는 그 자체로 시공이 끊어진 극락의 낙원이 된다. 모든 정치나 교육이나 문화는 이 같은 도에 합치되는, 마음을 텅 비운 자리에서 추진해야 올바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이 같은 종교적 차원의 사회 정화나 성인치도聖人治道가 이뤄지면 정치인·교육자들이 전혀 할 일이 없게 되는 정토세계淨土世界가 이루어진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고전적인 성인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종교인이나 신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사회의 모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말하는 진리는 오늘의 혼탁한 사회에 시급히 공급되어야 할 ‘양식’임에는 틀림없다.

앞으로 종교는 과연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무척 궁금한 일이다. 결국 종교는 모든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알몸이 세상 밖으로 드러날 것이다. 다시 말해 주도적으로 정치 철학을 제공하고 역사의식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는 어차피 낡은 껍데기는 벗어 던져야 할 운명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종교는 쓸어 없애 버려야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신앙인끼리 괄목상대하고, 네 종교, 내 종파가 옳다며 적대시하며, 이교인異敎人이라 해서 동물처럼 취급하는 천박한 종교의 벽은 무너진다는 뜻이다. 장벽이 허물어지면 초종교超宗敎가 될 것이다. 김일부 선생은 유·불·선이 하나가 된다고 했고, 강증산 선생도 그렇게 예언한 바 있는데, 이 예언은 1980년대부터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까지 서로 자기만 옳다고 했던 교파들이 문을 열고 서로의 장점을 찾아 상봉의 기회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새싹이 나기 위해서는 그 자체는 썩어야 한다. 밝은 면과 좋은 것은 남겠지만, 배타적이고 아집적이고 권력 쟁취의 무대가 된 각 종단이 새로운 출발을 기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요소를 부단히 제거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망亡해야 한다는 것은 본질과는 멀리 떨어진 요소들을 잘라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종교는 무한히 발전하게 될 것이고 새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모든 종교인들은 초종파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새 시대를 맞는 우리는 거기에 걸맞은 새로운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서는 안 된다. 우선은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신을 믿지 못한 데서 타인도 믿지 못하고, 불신의 풍조가 생기는 것이다. 신을 믿고 부처를 믿고 자신을 믿는 데서 타인을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런 다음 수행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수행만이 최고의 자기 재산이다.

오늘의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정신 기강을 바로잡는 것 외의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종교야말로 썩어 가는 사회의 정화를 위한 절실한 소금이며, 인류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근원적인 도道를 지켜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대체로 종교 신앙이란 인간 현실의 지고선至高善을 추구하는 정신 수양과 윤리관·철학관의 확립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최고 수준의 경제적 인간, 최고 이성의 도를 계발하고 실천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