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宗永嘉集 序

禪宗永嘉集은 六祖慧能의 五大 제자(南嶽懷讓ㆍ南陽慧忠ㆍ永嘉玄覺ㆍ靑原行思ㆍ荷澤神會) 중의 一人者이신 永嘉玄覺大師께서 저술하신 것이다.

大師께서는 본시 天台宗의 第七祖 天宮慧威의 제자로서 玄朗法師(天台宗의 第八祖)와 同門受學하여 天台의 敎義와 止觀을 닦아 精通하셨고, 그 후 維摩經을 보다가 心地가 크게 밝아지셨다.

그리고 또한 同門受學한 玄策의 말에 따라 玄策과 동행하여 六祖스님을 찾아 뵙고 몇마디 對話를 나누어 六祖로부터 즉시 인가를 얻고서 바로 되돌아가려고 하였으나 “하룻밤을 쉬고 가라”고 하신 六祖스님의 간곡한 말씀대로 하룻밤을 쉬고 떠났으므로 一宿覺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 자세한 설명은 六祖法寶壇經ㆍ 傳燈錄ㆍ 祖堂集ㆍ 佛祖直指心要 등에 나와 있다.

大師께서는 六祖의 門에서 나오시면서 證道歌(天竺의 三藏法師들은 無相經이라 추존함)를 저술했다고 기록에 전하고 있다. 이 永嘉集 저술은 그 證道歌의 이전인지 그 이후인지 밝혀진 바가 없으나 天台의 止觀과 曹溪의 禪을 구별할 것 없이 禪敎와 天ㆍ曹가 둘이 아닌 차원에서 만들어진 저서이다.

이 저서는 아마 유마경을 보다가 깨달은 후의 저술인 것이 틀림 없다. 여러 祖師들의 저서 중에서도 참으로 잘된 최고 좋은 글이다.

全篇이 十門으로 되었는데 第一 慕道志儀, 第二 戒奢意, 第三 淨修三業, 第四 奢摩他頌(定慧ㆍ五種起心ㆍ六種料簡 등). 第五 毗婆舍那(戒ㆍ定ㆍ慧 등). 第六 優畢叉頌(定慧均修). 第七 三乘漸次, 第八 事理不二, 第九 勸友人書, 第十 發願文이다.

第一 慕道志儀에서는 “첫째 三界를 관찰하여 厭離해야 된다는 것 등 十四種의 법”을 말했다.

第二 戒奢意에서는 “衣食住에 애착을 두지 말고 絶塵의 수행을 해야 되며 차라리 법에 있어서 죽을지언정 법이 없고서 삶을 영위하지 말라”고 하였다.

第三 淨修三業에서는 “身口意의 三業으로 짓는 十惡을 범하지 말고 十善을 닦을 것이며, 放生 布施하고 梵行을 항상 닦고 誦經 念佛하며 正觀으로써 萬惑을 버리고 境智가 雙寂함”을 말했다.

第四 奢摩他頌에서는 “惺惺과 寂寂, 寂寂과 惺惺은 옳으나 無記인 寂寂과 亂想인 성성은 그르다.또한 修心의 漸次에 관한 것과 戒定慧 등 三學과 法身ㆍ般若ㆍ解脫 등 三德과 入門 후의 五念 및 六種料揀과 一念 중의 五陰과 人空慧ㆍ法空慧”를 설명하였다.

第五 비파사나頌에서는 “境과 智의 원융함과 境空智ㆍ智空智ㆍ俱空智와 因緣으로 생긴 모든 法은 自性이 없는(因緣性空)것과 內智가 寂寂하고 外境이 如如하여 그 차별이 없고 境과 智가 冥一하여 그 반야 妙旨는 無知이면서도 無所不知임”을 밝혔다.

第六 優畢叉頌에서는 “動과 靜의 근원이 둘이 없고 明과 暗의 근본이 다르지 않다.寂而常照하는 定慧는 雙與로서 비파사나와 사마타이고, 無緣인 慈를 베푸는 宗同은 雙奪로서 곧 우필차라고 하였으며, 그리고 觀心十門”을 자세히 밝혔다.

第七 三乘점차에서는 “부처님의 說敎하심이 비록 많으나 一法에 어긋남이 없다. 그러나 中下의 근기들은 四諦(下根)와 十二因緣(中根)을 觀하여 小乘의 聲聞과 緣覺을 이루고, 上根은 六度를 觀하여 大乘인 보살을 이룬다. 그것이 三獸渡河와 같으나 至理는 비고 현묘하여 오히려 하나도 아닌데 어찌 셋(三乘)이 있으랴.

셋이 아닌 셋에서 셋을 말씀했고 하나가 아닌 하나에서 하나를 말씀하셨을 뿐이다. 一과 三이 본래 없고 없는 것도 또한 없으며,없는 것이 없는 것도 그 뿌리가 없나니 그러므로 모두 묘하게 초월한 妙絶이다.

만일 法性을 관찰하여 眞如를 통달하고 金文을 보아서 了義에 의한다면 모든 법이 一念 안에 다 갖추어 지게 된다.그러나 중생이 法性을 등지고 常情(凡心)을 따르며 圓詮을 위배하고 權說을 고집하므로 그 근기에 따라 三乘의 교법을 시설하신 것이다”라고 밝혔다.

第八 事理不二에서는 “有無가 둘이 아니고 眞妄이 다르지 않다. 玄宗을 알고자하면 먼저 그 어리석음(愚)과 지혜로움(智)을 살펴야하고, 그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을 살피고자하면 모름지기 그 진실(眞)과 허망(妄)을 밝혀야하며, 그 진실과 허망을 밝히려면 다시 그 가명(假名)과 실체(實體)를 알아야 한다.이러한 이치를 깊이 알면 萬法은 모든 緣을 따라 나타났을 뿐 그 실체가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인연으로 모인 緣會의 有가 있어도 있는 것 아니고, 그 본성이 空한 性空의 無는 없어도 없는 것 아니다. 法은 본래 有와 無가 아니기 때문에 非有와 非無로써 이름지을 뿐이지 사실 그 非有 非無도 아니다.非有 非無도 아니므로 이미 有.無가 아니며 또 非有와 非非無도 아니니, 어찌 言語道斷뿐이랴 또한 心行處滅이라”고 하셨다.

第九 勸友人書에서는 永嘉가 左溪山 玄朗에게서『산에 있자(山居)』고 부름을 받자 그에 관한 答書를 보냈다.즉 “먼저 道를 알고 山에 살 것이니 道를 모르고 먼저 山에 살면 그 山만 보고 道를 잊게 되나, 만일 山에 살지 않더라도 먼저 그 道를 알면 그 道만을 보고 그 山을 잊게된다.

道를 깨달은 자에게는 動靜과 喧寂이 상관될게 없다. 萬物이 본래 그 累가 아니고 소리와 빛깔이 道아닐 것 없다. 喧寂을 동일하게 보고 怨親을 두루 다 제도하는 차원이라면 어찌 山谷에만 오래 있으랴. 곳에 따르고 인연에 따를 뿐이라”고 하셨다.

第十 發願文에서는 “佛法僧 三寶에게 稽首하옵고 四生, 六途를 위하여 發心하며 발원하오니, 모든 중생이 三寶의 威力을 입어서 正覺을 성취하여지이다. 또 발원하기를, 道를 이루기 전에는 나쁜 곳에 나지 않고 나쁜 몸을 받지 않으며, 六根이 구족한 남자의 몸으로 中國에 나서 貪?嗔?痴 등 모든 惡을 끊고 十惡 등 모든 障難이 없으며, 밝은 스승과 善知識을 따라 正法을 깊이 믿고 大乘경전을 독송하고 六度를 부지런히 행하며, 모든 공덕을 중생과 菩提 등에 회향하여 모든 중생이 고통을 벗어나 해탈을 얻고 正覺을 이루게 되기를 발원하는” 내용들이다.

위와 같이 十篇이 체계가 정연하고 빈틈 없이 진선미를 다했다.그러나 一本인(台,속장경111권,402) 明의 傳燈이 주석을 한 永嘉集에는 그가 天台宗의 학자이므로 玄朗法師에게 보낸 勸友人書는 모두 빼버리고 다른 형태로 변경시켜 十篇 十門을 歸依三寶第一(발원문의 첫 머리), 發弘誓願第二(발원문의 중간), 親近師友第三(慕道志儀), 衣食誡警第四(誡奢意), 淨修三業第五,三乘漸次第六, 事理不二第七, 簡示偏圓第八(奢摩他頌의 중간), 正修止觀第九(奢摩他頌의 첫머리와 끝부분. 비파사나頌,優畢叉頌 첫머리), 觀心十門第十(優畢叉頌의 중간과 끝부분)으로 되어 있다.

交光스님이 능엄경 正脈疏에서 天台會解의 잘못을 지적하여 正脈을 밝히는 새로운 해석을 하자 傳燈스님은 또한 그를 배척하는 능엄경玄義와 능엄경圓通疏 및 원통소 前矛를 쓰기도 했다.

무릇 법문의 正과 邪를 구분하여 밝히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지 자기 宗에 관한 두둔과 偏見은 맞지 않다고 보아진다.

전일에 呑虛大禪師께서 魏靜이 편집하고 石壁行靖이 주석하고 (많이 삭제했음) 涵虛得通이 說誼한 永嘉集 正本과 證道歌를 현토하고 번역하셨든 것은 세조 때에 諺譯한 후로는 처음 있는 일로서 후래의 學人에게 좋은 귀감이 된다.

그러나 그를 널리 보급하지 못하고 入寂하셨는데, 이번에 呑虛佛敎文化財團과 圖書出版 敎林에서 이 영가집을 새로이 정리하고 편집하여出刊한다 하니 참으로 美事중의 美事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리고 釜山 華嚴寺에 隱居한 나에게 그에 관한 머리말을 청하기에 사양하지 못하고 서문을 쓰게 되었다.

天ㆍ曹의 止觀, 定慧의 깊은 도리가 좀 복잡하고 약간 어려우므로 나는 그 줄거리를 대략 정리하여 알기 쉽게 머리말로 적어 둔다. 觀心十門 등을 서술하시어 末學들을 노파심으로 護念付囑하신 永嘉大師의 은혜에 깊이 감사 드리며, 또한 呑虛大禪師님과 呑虛佛敎文化財團과 圖書出版 敎林의 노고에 고개를 숙이어 敬意를 표하는 바이다.

2001년 正月 初 吉日
釜山 華嚴寺 華嚴堂
圓照覺性 삼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