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岩禪師께 보낸 呑虛의 書翰 

俗生 金鐸은 白하노이다
未德儀하고 遽以書하니 誠惶誠恐하야 莫知措躬이다
而自以區區素仰은 殆未弛於食息하야 只有心夢이 往來 而莫之及也니다
伏惟
尊候萬福하시며 結珠煉丹에 從容精熟하사 日有海?天高底氣象否닛가
無任欽羨賀之至오이다 俗生金鐸은 素以井邑賤?으로 流落湖西를 四載於此하야 年今二十에 根淺而學疎하야 聞道不信하고 信道不焉하야 多有懷珠喪珠와 騎驢覓驢之失하야 因致喚鐵作銀하며 磨成鏡之病하니 良可嘆也니다 加以家累外聞으로 人慾이 日肆하야 耳蕩於聲하고 目眩於色하야 比如牛山之木이 已被斧斤之伐하고 而又爲牛羊之牧하니 非無雨露之所潤이나 而萌孼이 不得以長焉하니 其餘存者가 鳴呼幾何닛가 詩云心之憂矣라 如非澣衣라하니 正是俗生之謂也니다 自顧身邊에 如是可憐하야 竟作何漢同歸하야 那得磨白浦에 濯垢滌塵하고 洗心淨念하야 永受淸福於三淸界二大宮耶닛가 何其執下는 有此淸福하사 入山修道하시고 脫忘世닛가 雖欲從之나 末由也己니다 當明春하야 晉謁로 爲計나 而塵緣이 未盡하고 道路가 且遠하야 亦不可必也니다 顧此氣質이 懦弱하고 心志가 搖揚하야 未堪當途循轍이나 唯其所望者는 幸得長者之敎하야 以補其過니다 然而爲人이 如是하니 君子가 肯與之語哉닛가
執下가 不置疎棄而辱敎之則俗生之至願이 可云畢矣니다

壬申年(1932) 八月 十四日
金 鐸 上書

탄허 대종사 서신

속생 택성은 글을 올리나이다.

거룩하신 모습을 뵙지 못하고 당돌하게 글을 올리게 되어 참으로 황공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저희가 구구하게 우러러 생각 하옴은 잠시도 쉬지 아니하여 다만 마음과 꿈이 오가면서도 따를 길이 없나이다.

엎드려 생각 하오니,

존후(尊候)께서 만복 하시오며 도를 닦아 이루시는데 조용하고 정숙하여 날마다 바다가 넓고 하늘이 높은 기상(氣象)이 있으시옵니다.

흠모하고 부러워하여 무척 치하 하나이다.

속생 택성은 본디 정읍에 태어나 천한 출신으로 호서(湖西)에 흘러온지가 지금 4년이 되었고 나이는 20세로서 근기가 옅고 배움이 낮아서 도를 들어도 믿지 아니하고 도를 믿는 것도 돈독하지 못하여 구슬을 가지고도 구슬을 잃어 버리거나 나귀(騎驢)를 타고서 나귀를 찾는 허물이 많고 쇠(鐵)를 은(銀)으로 여기고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드려는 병폐가 있사오니 참으로 한심하옵나이다.

더구나 집안의 누(累)와 외부의 사정으로 인욕(人慾)이 날로 불어나 귀는 소리에 끌려가고 눈은 빛깔에 어두어 져서 마치 우산(牛山) 의 나무가 도끼와 연장의 토벌을 당하고 또 소와 염소가 뜯어먹는 꼴이 되었습니다.

비와 이슬이 적신다 해도 싻이 자랄 수 없게 된 것 같아오니 그밖의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시경(詩經)에 말하기를
「마음에 근심됨이 때묻은 옷과 같다고」하였으니

바로 속생(俗生)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저의 신변을 돌아보면 그와같이 가련하여 마침내 어떤 놈과 같이 되었사오니, 어떻게 푸른산과 흰 폭포수에서 때와 먼지를 깨끗이 씻고 마음과 생각을 씻처 청정하게 하여 삼청계이대궁(三淸界二大宮)에서 청복(淸福)을 길이 받겠나이까?

어찌 그 집하(執下) 께서는 그러한 청복이 있으시어 입산수도 하시며 헌신짝을 벗듯이 속세를 있으셨나이까?
그 뒤를 비록 따라 가려고 하나 따를수가 없나이다. 명년 봄을 기하여 나아가 뵈올 계획이오나 속세 인연을 끝내지 못하고 도로(道路)도 또한 멀고 머니 꼭 단정 할 수는 없습니다.

돌아 보건데 이 기질(氣質)이 나약(懦弱)하고 심지(心志)가 굳지 못하여 좋은 발자취 따라가는 것을 감당 못하오니.

오직 바라는 바는 다행이 장자(長者)의 가르침을 얻어서 그 허물을 적게하는 것 뿐이옵니다.

그러나 사람됨이 그와 같사오니 군자(君子)께서 잘 보살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집하(執下)께서 만일 버리시지 않고 가르처 주신다면 속생(俗生)의 지극한 소원을 이루게 되리라고 봅니다

임신년(1932) 금택 상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