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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20 09:21
"주역의 도와 노자의 도"에 대한 답변
 글쓴이 : 문광 (218.♡.222.192) 조회 : 1,359  

주역의 도와 노자의 도에 대한 질문 잘 보았습니다.
동양 고전을 통섭해서 공부하고 계시군요. 반갑습니다.
탄허스님께서도 유교와 도교, 불교 삼교를 완전히 회통하여 하나의 진리로 풀어놓으셨듯이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향상일로의 길을 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몇 마디 말로써 답을 하고자 합니다.
우선 노자 도덕경에서는 도를 말할 수 없는 것이라 하였는데 주역에서는 일음일양하는 것, 형이상자를
도라고 정의해서 서로 다른 것이 아닌가 하고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탄허스님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도"라는 것은 유교나 도교나 불교나 상관없이 모두 언어와 문자를 떠난 말로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끊어지고 언어문자가 끊어진 불립문자, 언어도단의 세계라는
선불교에서의 정의로 회통가능합니다.
노자에서는 도를 도라고 말하면 이미 항상된 도가 아니라고 해서 이론이 없을 줄 압니다.
주역 계사전에서 한번 음하고 한번 양한 것을 도라고 한 것 역시 명확하게 도를 정의한 것 같으나 잘 한번 살펴보기 바랍니다. 음이나 양 어느 하나로 분명하게 지적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이란 뜻입니다. 한번 음이었다가 다시 한번 양이었다가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형이상'이라는 뜻이 그것입니다. 어느 하나로 고정된 형태로 형태지울 수 있는 것을 초월한다는 것이 형이상이므로 어느 하나로 딱히 정의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형이하는 형태지울수 있는 범주 안에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태극이라는 것을 자석으로 비유해 봅시다. 양극에 N극과 S극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즉 음과 양이죠. 태극이라는 것은 거대한 하나의 극이라는 뜻입니다. 음과 양이라는 두 양변이 모두 존재해서 양극에 가면 분명히 음과 양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가운데 부분에는 음이라고도 할 수 없고 양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때 자석에 철가루를 뿌려보면 양극에 모여있고 가운데는 철가루가 하나도 없는 곳이 존재하는 것을 보았죠. 그 한 가운데가 바로 일음일양의 자리입니다. 음이라고도 양이라고도 분명히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태극을 무극이라고도 합니다. 주렴계의 태극도설에 보면 "無極而太極"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극이면서 태극이라는 뜻입니다. 음양을 모두 가지고 있는 태극이 알고 보면 무극이라는 것입니다.
극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것 역시 언어 문자로 정의내릴 수 없는 말과 생각이 끊어진 자리입니다.
탄허스님은 "태극을 깨닫는 것을 覺이라고 한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교에서의 각(깨달음)은 空을 증득해야 합니다. 공은 텅 비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양변을 떠나있는 언어문자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니,
태극이 공이요 각이요 무극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도가 이 현실세계의 음양세계를 떠나있을 수는 없습니다. 무어라 정의하기 힘들지만 우리 현실세계를 떠나 있지 않으므로 현실에 드러나게 됩니다. 그것이 음과 양의 변화와 착종에 의해서 수만가지 현실태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태극기의 태극 모양은 주렴계의 태극도설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주자가 여기에 주석을 달았고 유교에서는 가장 중시하는 철학이 바로 태극입니다. 퇴계선생의 성학십도에서도 그 첫번째요, 주자의 근사록에서도 태극부터 논의를 시작합니다. 태극의 도의 다른 표현인데 유교에서는 도를 태극의 모습으로 그려서 상징적으로 사용합니다. 만약 태극기의 태극이 빨간색과 파란색이 가로로 반반으로 나뉘어져 있다면 그것은 태극이 아닙니다. 그냥 음과 양이 반반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므로 태극이라는 의미를 바로 드러낸 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태극의 모양이 물결치듯 음속으로 양이 들어가 있고 양속에 음이 들어가 있어서 일음일양을 나타내고 있고 양인가 하면 음이요 음인가 하면 양이 되어 음양을 통합한 모습으로 태극을 잘 나타낸 것이 됩니다.
한국의 국기가 세계의 모든 나라의 국기보다 가장 알기 어렵고 철학적이며 가장 깊고 오묘한 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잘 한번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태극을 알게 되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탄허스님의 말씀을 잘 한번 가슴속에 화두로 삼고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는 탄허스님의 주역선해 라는 책이 있습니다. 주역을 선불교로 풀이한 명나라 우익지욱선사의 주석을 번역하고 탄허스님이 해설하신 책입니다. 3권의 뒤에는 주렴계의 태극도설을 불교의 조동오위도를 비교한 것이 있는데 이는 유교의 주역과 불교의 선을 회통한 것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시간이 나시면 인사동에 위치한 교림출판사로 한번 찾아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