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 큰스님의 『장자』 국역 출판을 경축하며

장천마지(莊天馬地)라는 말이 있다. 『莊子(장자)』는 하늘이고 사마천(司馬遷)의 『史記』(사기)는 땅이란 뜻인데, 장자남화의 경전이 하늘처럼 왕양자자(汪洋自恣)하기에 그를 두고 이른 말이다.
『장자』의 호한(浩瀚)하고 청월(淸越)한 문세(文勢)와 지취(旨趣)는 참으로 천고일인(千古一人)이라, 태탕우언(駘蕩寓言)의 현풍묘지(玄風妙旨)는 그 누구도 쉽사리 엿볼 수 없다.
그러므로 후대에 『장자』를 연구한 이가 수없이 많았고, 그에따른 주석서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왔다. 그 중 진(晉)나라 곽상(郭象)의 주(註)는 학인을 위한 진벌(津筏)로서 초기의 주석서이며, 당(唐)나라 성현영(成玄英)의 소(疏)는 곽상의 주를 연역(演繹)하면서 장자의 정신세계에 한 걸음 더 접근하였다. 그 뒤를 이어 남송(南宋)때 임희일(林希逸)의 주해 또한 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 현토본이 현재도 전하고 있으며, 명(明)나라 감산덕청(憨山德淸) 선사의 『장자』주는 불교관에 입각하여 부석(剖析)한 것으로, 근래 佛門에서 많이 읽혀지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주해 가운데 주요(主要) 주해서로는 중국 청나라 강희(康熙) 60년(1721) 경에 쓴 선영무공(宣潁茂公)의 주를 들 수 있다. 피운적천(披雲覿天)의 종지 천명(闡明)과 지분절해(支分節解)의 문장 분석은 종설(宗說)을 겸통(兼通)하여 진벌 중의 진벌이다.
呑虛大師는 선여(禪餘)에 이 선영 주해를 소의(所依) 주해로 삼아 장자의 구경처를 변석(辨析)하여 남화(南華)의 현지(玄旨)를 남김없이 밝히고, 광장설의 사자후로써 이를 갈파(喝破)하니, 청중(聽衆)들은 “장자가 환생하여도 탄허 大師를 능가할 수 없으리라”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큰스님께서 여러 경전을 국역하고, 그외 『노자』와 『주역』도 번역. 출판하였으나 유독 『장자』의 국역서를 남기지 않아 안타까와 하던 중에, 큰스님의 초고를 찾아내어 출간하게 되었다 하니, 수많은 『장자』의 주석과 국역본에 황하일청(黃河一淸)의 계기가 여기에서 비롯될 것이며, 장자의 본래면목을 다시 볼 수 있는 지남(指南)이 되리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전문(全文)이 아닌 내7편만이 국역되었고, 시해어로지변(豕亥魚魯之辨)을 손수 다시 산정(刪定)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그러나 내7편은 『장자』의 정수(精髓)이고, 또한 큰스님의 수택(手澤)이 묻은 옥고(玉稿)이기에 강호의 독자가 장자의 현묘한 종지를 심득(心得)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갑신년 (2004) 정월 해제일,
쌍계사 적묵당(寂黙堂)에서
呑虛門人 霽月通光 謹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