呑虛大宗師 遺稿 『莊子』 刊行에 즈음하여

明末 四大高僧 가운데 한 분인 憨山大師께서 그의 著書인 『三敎影響論』에서 말씀하시기를 “中國에서 聖人이 떠나신 이후 上下千古에 超世의 견해를 지닌 자는 老子를 제외하면 오직 莊子 한 사람일 뿐이다. 그의 道에 대한 말씀은 광대자재하여, 佛經을 제외하곤 諸子百家 가운데서 天人의 이치를 끝까지 추구한 학문은 유일하게 莊子一書일 뿐이다. 가령 중국에 莊子가 없었던들 천세가 지난 후에 眞人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며, 중국에 그의 저서가 없었더라면 萬世 뒤에 妙論이 있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같이 뛰어난 古人의 저술은 다름 아닌 古人의 마음일 뿐이다. 그러나 그 말씀 가운데는 託物寓意의 형식을 빌려 그 말이 荒洋怪誕하기만 할 뿐이다. 그 때문에 후세에 그 책을 읽는 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허다하여 정작 책을 읽는다 해도 古人의 마음에까지 일치하기란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후세 독자가 고인의 책을 읽는 어려움이다.
도리켜 생각해 보면 옛날과 현재의 시간적인 相去는 아득히 멀기만 하다. 따라서 千歲以下의 후세인이 千秋以上의 고전을 해석함에 있어서 털끝만큼의 오류가 없게 풀이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인 듯도 싶다.
그러나 옛날과 현재가 시간적으로는 현격하게 다르다 해도 옛 사람과 지금 사람의 마음의 이치만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현재의 사람이 옛 사람의 책을 마주하는데 있어서 今人의 마음으로 古人의 마음을 하나의 이치로 관통한다면 古人의 마음과 今人의 마음이 마치 水月처럼 서로 相印하여 古人의 저술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듯도 싶다.
주지하다시피 呑虛大師는 一世의 高僧이시고 莊子는 千古에 達人이시다. 이들 시대를 초월한 絶倫한 두 분 高士께서는 上下千古에 마음과 마음이 서로 하나의 理致로 융합하여, 마침내 千古의 奇書인 『莊子』를 해석함에 있어서 축착합착 서로가 조금도 어긋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大師께서 『莊子』를 해석함은 莊子 本人의 말씀을 직접 우리말로 전달한 것일 뿐 후세의 전연 다른 사람이 자신과는 전연 다른 따로의 『장자』를 읽고 해석하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세상에서 千古以前의 『莊子』를 읽는 자라면 반드시 대사의 고구정녕한 해석에 의거해야만 올바른 莊子 이해가 가능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처럼 절륜한 대사의 遺稿가 좀더 일찍 간행유포 되질 못하고 그분이 열반하신지 이십여 성상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활자화 된 것을 마주하니 그저 무한히 감개무량하고 感泣할 뿐이며, 한편으론 제자된 도리에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을 뿐이다.
업드려 간절히 바라옵노니 생전에 佛儒道를 博識强記하시고 三敎一致를 主唱하셨던 고매하신 대사께서는 하루 속히 사바세계에 다시 환생하시여 생전에 吐說하셨던 그 끝없는 懸河之辯으로 천고의 高談妙論을 거듭 육성으로 강설하시여 미혹한 모든 중생들이 철옹성 같은 아집과 물욕을 훌훌 떨처버리고 생사질곡의 신음 속에서 하루속히 해탈할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
대사의 대자비를 지극한 마음으로 바라옵고 또 感祝드리나이다.

2004년 갑신 孟春에
中央僧迦大學校 敎授 硏究室에서
呑虛門人 東玄學人 宋燦禹 合掌三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