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를 준비할 도의적 인물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새로운 역사의 장정에 들어섰다. 오래지 않아 훌륭한 인물들이 나와서 국가 원수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통일하고 평화적인 국가를 건설할 것이며, 모든 국내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국위를 크게 선양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도의 문화는 다른 모든 국가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인물이 나온다 해도 그 과정에서 인재의 부족을 심각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은 학사, 석사, 박사나 한 분야의 전문가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의적 인재의 부재를 의미한다. 도의적인 인재란 정치인, 경제인, 종교인, 사회 인사들처럼 인간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제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열강들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받을 영향력을 걱정하는 데서 나아가 어떻게 하면 도덕적 인격을 함양하여 도의적 인간이 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갖고 가르쳐야 도의적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주역에서 ‘간艮’은 덕德이라 하며, ‘지야止也’로 풀이한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도덕적으로 제일가는 나라이며, 그치〔止〕는 위치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지진이 일어나도 이곳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음력은 이미 6천 년 전 복희씨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러한 음력에는 윤날과 윤달이 있다. 윤달이 생기는 이치는 지구의 축이 23도 7분가량 기울어져 있기 때문인데, 후천시대에는 지구의 축이 바로 세워져 윤달과 윤날이 사라지고 위도와 경도마저 없어진다.
윤달과 윤일이 없어지면 인간이 지닌 속성으로서 간도수艮度數가 사라지고 인간 사회의 부정부패가 없어진다. 윤달과 윤일이 생기는 이치를 윤도수閏度數라 하는데, 이것은 중간매체, 즉 과도기를 말한다.
이러한 중간매체야말로 부정부패의 원인이자 부조리의 근본이다. 지금까지는 생존경쟁이나 생활수단 때문에 세계 도처에 전쟁이나 분쟁들이 일어나고 군자君子를 가장한 비인격적인 선비들이 활개를 쳐왔지만, 이 후천시대에는 인재 때문에 오히려 다툼이 있게 된다.
역학에서 보면 지구의 축은 23도 7분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오운육기론五運六氣論에서 보면 봄철의 인寅이나 가을의 신申이 서로 상화相火의 노릇을 해서 여름 쪽의 뜨거운 곳으로 붙어서 한서寒暑의 불균형이 크고, 이런 이유로 이 기운을 받고 태어난 인간도 부조리해지고 윤인간(閏人間, 잉여인간) 노릇을 하게 된다.
만약 지축이 바로 세워진다면 모든 부조리는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철학을 가지고 역사에 접근해야 한다.
다른 역사를 보더라도 영국은 세계지도의 대부분을 지배할 때까지 다윈의 진화론을 지배 철학으로 삼았다. 진화론은 약육강식弱肉强食, 우승열패優勝劣敗의 원리로 ‘힘이 곧 정의’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후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평등이론이 등장하자 적자생존의 진화론은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마르크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공산주의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전 세계 땅의 2분의 1 이상을 공산주의의 붉은 깃발로 물들였다. 아직도 이 이론은 소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마르크스 이론을 극복, 소멸시킬 수 있는 학술로 동양 사상의 정수인 역학 원리를 꼽는다. 이와 더불어 동양 사상의 근거를 형성하는 불교의 화엄 사상華嚴思想이야말로 이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요체라고 본다.
부처님은 성도하신 후 최초 21일 동안 화엄학을 설했으나 알아듣는 이가 없으므로, 대중을 화엄학 단계까지 끌고 올라가기 위한 방법론으로 49년 동안 설법을 했다. 즉 아함부阿含部를 12년, 방등부方等部를 8년, 반야부般若部를 21년, 법화부法華部를 8년, 이리하여 49년 설법이 된다. 비유컨대 아함부가 유치원[人天敎]으로부터 초등학교까지의 학설이라면 방등부는 중학교 학설이며, 반야부는 고등학교 학설이요, 법화부는 대학교 학설이라면 화엄학은 대학원 학설에 해당한다.
부처님은 설법 중에 최후에 의지하는 4가지 법法을 말씀하셨다.
첫째, 대의大義에 의지하고 문자에 의지하지 말라.
둘째, 지혜에 의지하고 식識에는 의지하지 말라. 여기서 지혜는 망상이 붙은 세간世間 지혜가 아니고 분별이 끊어진 반야般若 지혜를 말한다.
셋째, 법法에만 의지하고 사람은 의지하지 말라.
넷째, 요의경了義經만 의지하며 불요의경不了義經은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때 요의경이라면 《화엄경》 80권으로, 이 경전 하나에만 의지하지, 다른 경전은 불요의경이므로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경전은 모두 대중을 화엄 단계에 끌고 올라가기 위한 방편적인 학설이기 때문이다.
《화엄경》의 결론을 살펴보면 이 경전 이하에서는 말세 중생末世衆生은 성불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최고 학설인 화엄의 경지에 가서는 다 성불할 수 있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체의 진리를 깨닫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교시한 경전이 바로 《화엄경》이다. 이 경전은 바로 미래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다.
모든 교육의 본바탕에는 도의 교육道義敎育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해방 후 우리 교육에서 도의 교육은 무너져 버렸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도의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의 교육이라면 3대 성인의 가르침인데, 교과서 어디에서도 이것을 찾아볼 수 없다.
역사의 가치는 모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창조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동서양의 정신문화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하는 교과과정의 일대 개혁이 단행되어야 할 것이다. 내실을 갖춘 한국인으로 성장시키려면 무조건 서양이나 이웃나라의 제도를 받아들여 모방을 서두르기에 앞서 우리의 정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성인의 가르침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여 도의 교육을 한다 해도 참다운 도덕적 인물을 길러내기는 여간 쉽지 않다. 그런데 도의 교육마저도 전무한 상태에서 어떻게 도의적 인물이 나오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바로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도덕군자형 지도자의 출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군자는 적고 소인은 많은 법이다. 이런 까닭에 더욱 더 도의 교육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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