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선사께

旣不能奉儀聽敎면 則惟有以書問候而闕焉若想者 殆不記時月이어늘 不意下翰悤隨於寂寞之濱하니 感荷姑矣요 惶汗居先이라 炎勢此熾에 大法氣體候以是健旺은 辭筆之力으로 足可見矣라 人間之樂이 孰有幸於老者之健也리오 侄只與昏散二魔로 晝也是夜也是而已니 則何足奉塵於尊聽哉아 下問伏悉而塔名且置하고 卽今問意向甚處着고 靜亦多忙이라 只此不備요 伏惟下鑑하고 幷伏祈爲道萬壽而已也라
辛丑 遯月 晦日也에 門小侄 宅成 九拜上答 

이는 신축년(1961) 7월 그믐, 경봉스님에게 보낸 간독(簡牘)이다. 이의 내용으로 보아 뚜렸하지 않지만 경봉스님께서 탄허스님을 믿는 나머지 탄허스님이 이를 받아드리기에는 다소 무리한 청을 했던것으로 보인다. 이에 탄허스님은 겸허한 말씀으로 이를 거절하고 있다.

앞서 찾아뵙고서 가르침을 듣지 못했으면 서신으로나마 안부를 드렸어야 했는데 까마득히 언제인지 기억조차 못하던 중 뜻밖에도 이처럼 쓸쓸한 곳까지 편지를 보내주시니, 고마움은커녕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더위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때에 법체(法體)가 이렇게 왕성하심을 보내주신 글의 필력(筆力)으로도 충분히 알겠습니다. 인간의 즐거움치고 그 어느 것이 늙은이의 건강보다 더한 다행이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혼침(昏沈)과 산란(散亂) 두 가지 마장(魔障)으로 밤낮으로 시달릴 뿐이니,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말씀하신 바는 잘 알겠습니다만 탑 이름은 그만두고 지금 물으신 뜻이 어디에 귀착되는 말씀인지요. 저 역시도 하는 일없이 바빠서 이만 줄입니다. 바라오니살펴주시고 아울러 도를 위하여 만수무강하시기를 비옵니다.

신축년(1961) 7월 그믐에 문중 조카 택성은 삼가 답서를 올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