覺性 上人에게

來書感感이어늘 而又能조조於就實之功하야 從事於有若無實若虛하니 孰不景仰其高風哉아 觀應師者는 在剝之上九니 可謂碩果不食之貴어늘 而執侍左右하야 夕척朝詢하니 則異日相遇에 必多括目矣로다 庸是遠賀하니 羨且羨者로다 余之隱退은 不敢當上九之肥遯이요 而方在初六之遯尾라 陰柔居下하야 才位俱卑하니 唯固守爲宜요 不可妄往而取災也라 正昊與一英이 共往於湖南等地하야 依渠恩師共住樣이어늘 而一去後에 無一字信息耳라 靜亦多忙하니 未暇入善思唯三昧요 只可信手信筆하야 略此謝去니 都惟照亮하고 幷祈爲學自珍而己也라
觀應和尙前爲上一安了
己亥(1959)正月之十八日 呑虛 回謝

보내온 편지는 감사하게 잘 받았네.
그리고 진실하고 착실하게 공부를 하여, 있어도 없는 것처럼, 가득찼으나 빈것처럼 성실하게 하는 그 풍모(高風)을 누군들 크게 우러러보지 않겠는가.
관응스님 같은 이는 박괘(剝卦) 상구(上九)의 “씨앗으로 남겨놓은 귀중한 과일” 이라 말할만 분이신데 그런 스승을 모시고 조석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훗날 만나면 반드시 괄목할 만한 것이 많을 것이기에 멀리서나마 치하하며 부러워하네.
나의 은퇴함은 둔괘(遯卦) 상구(上九)의 비둔(肥遯) ※멀리 은둔하여 얽매인 바 없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은자(隱者)를 말함※ 에 당할 수 없고 바야흐로 초육(初六)의 둔미(遯尾) ※꼬리란 뒤에 있는 물건을 말한다. 은둔을 하되 뒤쳐저 늦게 하면 시기를 잃은 것이여서 위태롭다는 전괘이다.※ 에 있는 꼴일세. 6이라는 음(陰)의 유약함으로써 맨 아래 첫 자리에 있으면서 재주와 지위가 모두 낮은 형편이니, 고요히 은둔을 고수하는 것이 옳을 뿐, 부질없이 다른 곳으로 가서 재앙을 취해서는 안될 것이네.
정호는 일영과 함께 호남지방으로 가서 저희들의 은사와 함께 있는 모양인데 한 번 떠나간 이후에는 한 마디 소식도 없다네.
고요한 중에도 바쁜 일이 많아서 잘 생각하는 선사유(善思唯)삼매에 들 여가도 없이 손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써서 대략 회답하는 바이니 양해하여 주기 바라네. 아울러 학문을 함에 스스로 진중하기를 바랄 뿐이네.
기해년 정월 18일
탄허 회상(답장)